[이재용 부회장 공판]① 변호인단 “수첩 입수경위 조사 반드시 필요”

이재용 사건 재판부 “檢, ‘안종범 수첩 전체’ 제출 검토하라”

재판부, ‘공소장 일본주의’ 위반 여부 검찰에 의견서 제출 지시

양원석, 이길호 기자 | 최종편집 2017.03.23 17: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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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공여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2회 공판준비기일에서, 재판부에 심증, 혹은 예단을 줄 수 있는 내용을 공소장에 포함시켜선 안 된다는 ‘공소장 일본주의’(公訴狀 一本主義)가 지난 1회 준비기일에 이어 다시 한 번 쟁점으로 다뤄졌다.

이 부회장 구속 전부터 향후 이 사건 최대 쟁점 가운데 하나가 될 것으로 전망됐던 ‘안종범 수첩’과, 압수수색 근거 자료, 안 전 수석의 피의자신문조서, 이메일과 휴대폰 문자메시지 등도 재판의 흐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졌다.

23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2회 공판준비기일에서 변호인 측은 위 두 가지 사안을 중심으로, 특검 측의 공소제기 자체가 위법하게 이뤄진 정황이 있다는 취지의 변론을 폈다.

특히 변호인단은 “특검이 피고인에게 유리한 내용이 담긴 안종범 전 수석의 수첩과 조서 일부를 제출하지 않았다”며, ‘안종범 수첩’과 피의자신문조서 전체 및 압수수색 근거 자료, 관련자들의 이메일 및 문자메시지 내역의 열람허용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변호인단은, 안종범 전 수석의 경우 특검이 20차례 넘게 조서를 받았는데, 2회, 7회, 13회 조서 등이 누락됐으며, ‘안종범 수첩’도 전체가 아니라 일부만 제출됐다고 밝혔다.

변호인단은 “안종범 수첩이 일자별로 작성된 걸로 보이는데 그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선 전후 기재내용도 함께 봐야 하고, 수첩 내용이 맞는지, 일자가 맞는지 확인해야 한다”며 열람이 필요한 이유를 설명했다.

무엇보다 변호인단은 “특검이 위 증거를 적법한 절차에 따라 입수한 건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면서, “특히 안종범 수첩은 취득과 관련된 서류를 반드시 확인할 필요가 있고, 취득 절차에 대한 조사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 영향을 준 것으로 평가받는 ‘안종범 수첩’은, 영장실질심사 당시부터 특검이 위법한 방법으로 입수를 했다는 의혹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특검이 안 전 수석의 보좌관을 심리적으로 압박해 수첩을 가져오게 한 뒤, 이를 현장에서 바로 압수해 증거로 활용했다는 것.

이에 따라 변호인단은 특검이 ‘안종범 수첩’을 입수하게 된 경위부터 파고들면서 그 위법성 여부를 집중적으로 제기하는 전략을 쓸 것으로 보인다.

특검 측은 ‘안종범 수첩’과 안 전 수석의 피의자신문조서 중 일부를 제출하지 않은 사실에 대해서는 “이번 사건과 관련이 없는 내용이었기 때문”이라며, “피고인에게 유리한 부분을 일부러 제외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안종범 수첩’의 증거능력에 대한 논란을 의식한 듯 “증거능력과 관련된 부분은 재판에 앞서 논란을 최소화하는 것이 맞다”며, 특검 측에 열람허용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을 주문했다.
변호인단은 특검이 ‘공소장 일본주의’를 위반했다는 지적도 다시 제기했다.

‘공소장 일본주의’란, 형사재판에 있어서 재판부가 예단 없는 ‘백지 상태’로 심리를 할 수 있도록, 공소장 외에 어떤 물증이나 서면도 첨부해선 안 된다는 원칙이다.

이 원칙은 피고인에 대한 유무죄 판단은 철저하게 공판, 즉 법정에서의 심리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는 공판중심주의와 당사자주의를 바탕으로 한다. 이에 따라 검찰은 공소를 제기할 때, 재판부가 예단을 가질 수 있는 서류 등을 공소장에 붙여서는 안 된다. 다만 약식절차의 경우에는 이 원칙을 완화시킬 수 있는 예외가 인정된다.

이 부회장의 변호인단이 ‘공소장 일본주의’를 반격의 첫 번째 카드로 꺼내든 것은, 특검의 공소제기 자체가 부당하게 이뤄졌음을 부각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 할 수 있다.

앞서 변호인단은 9일 열린 1회 공판준비기일을 통해, 이 부회장이나 박 대통령이 하지도 않은 말을 마치 옆에서 직접 들은 것처럼 쌍 따옴표(“ ”)를 써서 직접 인용 형식으로 기재했다며, 이는 공소사실 이외에 재판부가 예단 혹은 편견을 갖도록 해서는 안 된다는 ‘공소장 일본주의’를 위반한 행위라고 변론했다.

변호인단은 특검이 에버랜드 전환사채 사건을 공소장에 언급하면서,  “일찍부터 삼성그룹이 조직적 불법적으로 이재용 부회장 경영권 승계를 준비했다”고 기재한 부분을 ‘공소장 일본주의 위반’ 사례로 꼽았다.

변호인단은, 특검이 2015년 7월25일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의 독대 당시 상황을 재구성하면서, 박 전 대통령의 당시 발언을 직접 인용 형식으로 공소장에 기재한 사실도 부적법하다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이런 점을 고려할 때, “특검의 공소장에는 재판부가 예단을 갖도록 만드는 기재가 너무 많다”며, 문제된 부분의 삭제 및 정리를 요구했다.

변호인단은 특검이 작성한 공소장의 혐의 사실이 구체적으로 특정돼 있지 않아,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주장도 폈다.

이런 지적에 대한 특검은, “공소장에 법관으로 하여금 예단할 서류나 증거를 첨부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특검은 ‘에버랜드 전환사채 사건’ 등 범죄구성요건과 관계없는 기타사실이 공소장에 기재돼 있다는 항변에 대해서도, “피고인 이재용이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를 인수한 내용 등이 기재돼 있지만, 이는 이 사건 뇌물공여 등에 해당하는 ‘부정한 청탁에 대한 간접사실’을 기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즉,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일련의 과정 중 하나가 에버랜드 사건이고, 그 내용은 공소사실과 무관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피고인의 범죄구성요건 중 핵심내용이라는 것이 특검 주장의 요지다.

변호인단은 “검사는 (공소장에) 서류 기타 물건을 첨부 안했다는 점만 말하고, 법관이 예단을 갖도록 만드는 내용을 인용해선 안 된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견해를 밝히지 않았다”며, “특검이 제출한 공소장이 안고 있는 문제는, 법관으로 하여금 예단을 갖도록 만들 수 있는 많은 내용을 직접 인용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변호인단은 “재판장께서 지난 기일에, 공소장 일본주의와 범죄혐의 불특정 문제에 대해, 검사에게 서면으로 의견 제출을 명령하신 것으로 기억한다”며, “오늘 검사가 구두로 말한 부분에 대해선 서면으로 다시 반박하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검사에게 “공소장 일본주의에 대해선 의견서를 제출해 달라”며 “허용된다고 판단하는 부분이 있다면 그 이유도 의견서에 상세하게 기재할 것”을 명령했다.

검찰은 안종범 수첩 및 피의자신문조서 등의 열람허용과 관련해 “이 사건과 무관한데도 제출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며 불만을 나타냈으나, 재판부는 “이 사건에 대해 제출할 것과 피고인이 요구하는 증거가 다르다. 이 사건에 대한 건 당연히 제출해서 인부를 받아야하고, 피고인은 다른 것도 보자는 거니까 적극 검토하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변호인단에 사건의 신속한 심리를 위해서는 쟁점사안에 대한 정리가 필요하다며, 4가지로 내용을 정리해 의견서를 제출해 줄 것도 요구했다.

재판부가 변호인단에 요구한 4가지 쟁점 사안은 다음과 같다.

①삼성전자 등 회사 자금으로 정유라 승마관련 지원이나 동계스포츠영재센터,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이 이뤄졌다는 혐의로 기소됐는데, 그 자체는 인정하는지 여부.

②지원이나 출연한 이유.

③피고인들(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 경영진)이 대통령과 최순실 관계를 어떻게 인식하고서 그와 같은 지원이나 출연이 이뤄진 것인지. 특히 재단과 관련해 특검은 (미르재단 등이 최순실의) 사적 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수단으로 변질된 것으로 본 것 같은데, 그런 부분에 대해 어느 정도 인식이 있었는지.

④구체적으로 삼성과 코어스포츠(최순실의 독일 현지 법인)가 체결한 용역계약이 허위인 것인지, 정유라의 말 구입비용인데도 승마단 전지훈련에 필요한 용도인 것처럼 꾸몄다고 기소됐는데 허위성이 있는지, 이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지 등이다.

재판부는 검사와 변호인 측의 증거목록 정리 및 증거 인부 채택을 위해 이달 31일 오후2시 한 차례 더 준비기일을 갖고, 다음 달부터 본 공판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이 부회장에 대한 공판은 앞으로 20여 차례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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