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박했던 JSA…유엔사 "귀순 영상 공개"

2004년 11월부터 JSA 경비, 한국군 단독 수행…軍 “그 정도면 잘 했다”

전경웅 기자 프로필 보기 | 최종편집 2017.11.15 16:5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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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데일리 통일·외교부장입니다. 통일부,외교부,북한,국제 분야를 담당합니다.

    저의 주된 관심은 '국익보호'입니다. 국익보호와 관련된 이슈는 국제관계에서만 발생하지 않습니다. 국내의 어두운 세력들이 더 큰 위험성을 갖고 있다고 봅니다.

    기자가 세상을 바꿀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기자가 알려주는 정보가 세상을 바꾸는 데 도움이 될 수는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이 세상을 바꿀 것입니다.


지난 13일 오후 3시 16분 경, 북한군 병사 1명이 휴전선 공동경비구역(JSA) 우리 측 지점으로 귀순했다. 현재 이 병사는 아주대 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있다. 북한군으로부터 대여섯 차례 총격을 받는데다 총상으로 손상된 장기에 기생충이 파고들어 예후가 그리 좋지 않다고 한다.

북한군 병사의 JSA 귀순을 두고, 정치권은 다시 공방을 벌이고 있다. 지난 14일 국회 국방위 현안보고에서 자유한국당 측은 “북한군이 소총과 권총 수십 발을 쏠 동안 우리 군은 뭐 했느냐”고 질타했고, 여당은 “JSA는 유엔사령부가 지휘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한국군 마음대로 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국방부와 합참은 이 같은 정치권의 갑론을박에 대해 별다른 반응이 없다. 설명할만한 일은 이미 설명했다는 입장이다. 이날 JSA에서는 대체 무슨 일이 있었을까.

국방부가 밝힌 북한군 병사 JSA 귀순 당시 상황

지난 14일 군 당국은 JSA로 귀순한 북한군 병사에 대해 상세히 브리핑했다고 한다. 이에 따르면, JSA경비대대가 북한 측의 이상동향을 감지한 것은 13일 오후 3시 14분이었다고 한다. 당시 북한 측 판문각 앞 도로로 북한군 경비대원 3명이 빠르게 달려가는 모습이 보였다는 것이다.

오후 3시 15분, JSA경비대대의 영상 감시 장비에 소형 군용차량 한 대가 쏜살같이 남쪽으로 달려오다 멈춰서고, 차량에 타고 있던 병사 1명이 남쪽 군사분계선(MDL)을 향해 달려오는 모습이 포착됐다. 그 뒤로는 북한군 경비대대 병사 4명이 남쪽으로 달려오는 병사를 향해 총격을 가하는 모습도 보였다고 한다.

남쪽으로 달려오던 병사의 모습이 사라진 뒤 JSA경비대대는 영상 감시 장비로 계속 주변을 찾았다. 오후 3시 31분경, 북한군 병사 1명이 군사분계선 남쪽 50m 지점의 낙엽 가운데 쓰러져 있는 모습을 포착한다.

오후 3시 33분, JSA경비대대가 보고한 내용이 합동참모본부에 전달됐다. 3시 34분에는 청와대도 해당 사실을 보고 받았다고 한다.


오후 3시 35분, JSA경비대대는 2개 소대 병력을 쓰러진 북한군 병사 주변에 배치하고, 북한군 병사 구출작전에 돌입했다. JSA경비대대원은 주변에서 엄호를 하고, 대대장과 주임원사 등 대대 핵심간부 3명이 포복으로 접근해 북한군 병사를 끌고 나온 뒤 우리 측에 도착한 뒤 앰뷸런스에 태워 의무대로 후송했다고 한다.

오후 3시 41분, JSA경비대대 군의관이 북한군 병사에게 응급처치를 했고, 오후 4시 4분에는 응급 후송을 위해 헬기장으로 옮겼다. 북한군 병사를 태운 앰뷸런스 헬기는 오후 4시 45분 수원 아주대 병원으로 옮겨져 이국종 교수에게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북한군이 총 쏠 때 JSA경비대대는 몰랐나? 왜 대응하지 않았나?

JSA경비대대는 한국군 내에서도 상당히 특별한 임무를 맡고 있는 부대다. 한국군이 JSA경비 임무를 맡게 된 것은 2004년 11월부터다. 그 전에는 유엔사령부 예하 주한미군 병력 180여 명과 카투사 장병들이 임무를 수행했다. 이후로도 JSA경비대대는 소속은 한국군이지만 지휘통제는 유엔사령부가 맡고 있다.

JSA경비대대는 북한군과 직접 얼굴을 맞대고 근무하는 특성상 외부 방문객들이 판문점을 찾았을 때만 외부에서 경계임무를 수행한다. 북한군 병사가 귀순한 13일은 월요일로, 일요일과 함께 외부 방문객을 받지 않는 날이었다.

외부 방문객이 없는 날, JSA경비대대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우리 측 평화의 집보다 남쪽에 있는 부대시설에 머무르며, ‘열영상 감시장비(TOD)’를 비롯한 감시 장비로 JSA 일대를 지켜본다. 북한군 병사가 귀순하던 때도 대대 지휘통제실(CP)에서는 감시 장비를 동원해 북한군 병사의 탈출과 총격과정을 지켜봤다는 것이 군 관계자의 설명이었다.

북한군이 권총과 소총 40여 발을 쏘는 동안 왜 응전하지 않았냐는 질문에 대해 군 관계자는 “한국군이 경비임무를 맡고 있지만, 이곳의 지휘통제권은 유엔사령부가 갖고 있기 때문에 함부로 움직일 수 없다”면서 “유엔사령부의 교전수칙과 한국군의 그것은 다르다”고 해명했다.

여기다 북한군의 사격이 한국군 장병을 직접 조준하지 않았다는 점도 이유가 됐다고 한다. 2004년 3월부터 JSA경비임무를 한국군이 이양 받을 때도 국방부는 “평소에는 유엔사령부의 지휘를 받지만, 경비대 장병이 북한군으로부터 직접적인 위협을 받을 경우에는 한국군 지휘관이 지휘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14일 국회에 출석한 서 욱 합참작전본부장 또한 같은 설명을 내놨다.


15일에는 다른 이유도 하나 더 추가됐다. 귀순한 북한군 병사가 비무장 지대 북쪽에서 넘어온 것이 아니라 북측 판문점에서 근무하는 경비대 소속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판문점 일대는 평지가 아니다. 낮은 언덕과 숲 때문에 멀지 않은 거리임에도 잘 보이지 않는 곳이 많다. 게다가 이곳에 근무하는 사람이 아니면 어디나 한국이고 어디가 북한인지로 헷갈릴 정도다. 판문점 중립국 감시위원회 캠프 바로 서쪽이 북한 지역임에도 별다른 경계선이 없는 점이 대표적이다.

북한군 병사가 이런 판문점 지역의 건물 배치를 잘 알고 군사분계선을 넘었고, 그가 귀순할 당시 북측 판문각보다 더 북쪽에서는 총성이 울리지 않았다는 점은 그가 북측 판문점에서 근무했을 가능성이 높음을 보여준다.

JSA경비대대 지휘관이 직접 귀순병사 구출에 나선 이유

총격을 맞고 쓰러져 있는 북한군 귀순 병사를 구출할 때 왜 JSA경비대대장과 주임원사가 직접, 그것도 포복까지 하면서 나선 걸까. 일반적인 군부대라면 상상하기 어렵다는 것이 세간의 평가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15일 “JSA경비대대의 특수성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JSA경비임무를 한국군이 이양 받은 2004년 11월, 해당 임무를 맡았던 주한미군이 철수했다. 당시 카투사를 제외한 병력이 180여 명이었다. 13년이 지난 지금, JSA경비대대 병력은 예전에 비해 큰 폭으로 줄었다고 한다. 전군적인 병력 감축의 영향을 피해갈 수 없었다고 한다. 때문에 군 당국은 JSA 일대의 영상감시 장비를 확충하고, 병력 손실이 없도록 노력했다고 한다. 최근 한국군 병사들의 복무 기간은 21개월에 불과하고, 병영문화 또한 과거와 달라진 점도 부담이 됐다.

귀순한 북한군 병사를 구출할 때 2개 소대 병력에게 엄호와 경계를 맡기고, 대대장과 주임원사가 직접 나선 것도 적은 수의 병력과 달라진 병영문화, 그리고 풍부한 경험을 가진 장병이 없었던 점이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이 군 안팎의 해설이었다.

군 당국은 이런 여러 가지 요소는 설명하지 않고 “왜 대대장이 직접 구출작전에 투입됐느냐”거나 “왜 우리 군은 북한군의 총격에 응사하지 않았느냐”는 등의 비판이 나오자 당혹해 하고 있다.


일각에서 “JSA 지역에는 자동화기를 소지하지 못하게 정전협정에 돼 있는데 북한군이 자동소총을 쏘았다는 것은 협정 위반 아니냐”고 지적하는데 대해서도 답답해한다. 정전협정에서 JSA 지역 내 소지를 금지한 무기는 자동화기가 아니라 공용화기, 즉 기관총을 소지할 수 없도록 했기 때문이다.

군사전문가들은 이번에 북한군이 한국 쪽을 향해 발사한 총기가 체코제 CZ-75의 카피판인 ‘백두산 권총’과 AK-74 자동소총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북한군이 공용화기인 ‘82식’ 기관총을 쏘지 않았다면 정전 협정 위반은 아니라는 점이다.

다만 북한군이 한국 쪽을 향해 사격을 하고, 총탄이 한국 쪽 건물이나 시설물에 맞았다면 이는 중대한 정전 협정 위반으로 항의할 수 있다.

軍당국 “북한군 병사 JSA 귀순 당시 영상 공개할 것” 

지난 14일 국회 보고에 이어 15일까지도 북한군 병사의 귀순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자 유엔사령부 측은 금명 간에 귀순 당시 촬영한 감시 장비 영상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한다. 군 당국은 해당 영상이 나오면 북한군 귀순을 둘러싼 논란도 잠잠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 14일 국회 국방위에 출석한 송영무 국방장관은 “몇 초 되지 않는 순간에 상황 판단을 내리고 위기를 최소화한 (JSA경비대대 지휘관들의) 대처는 잘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15일 국방부에서 만난 관계자들 또한 “열악한 환경에서 JSA 경비를 맡은 장병들이 귀순 병사를 무사히 구출했고, 인명 피해도 없었으니 잘 했다고 해줘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국방부가 북한군 병사의 JSA 귀순 당시 영상을 공개하고, 그 영상을 통해 송영무 국방장관과 합참 관계자들의 설명이 맞음이 확인될 경우 논란은 JSA를 비롯한 최전방 경계임무 환경의 개선과 총상을 입은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곳이 국내에 수원 아주대 병원 밖에 없다는 점에 초점이 맞춰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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