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 막고 한국당엔 해명하고…방통위 '진땀'

위축된 이효성 위원장 심기경호에 취재진 "朴정권 때도 없던 일"

임혜진 기자 프로필 보기 | 최종편집 2017.12.20 16: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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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정권 때도 이런 방송 탄압은 없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허락받고 질문하라니) 박근혜정부 때도 이런 일은 없었다" -(현장 취재 기자 발언)

지난 9월부터 시작된 방송파업이 막바지로 접어드는 가운데 방송통신위원회가 다시 한 번 항의의 목소리로 뒤덮였다.

김성태 원내대표, 박대출·강효상·민경욱 의원 및 국회 과방위 소속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20일 과천정부청사에 위치한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를 방문했다. 최근 감사원의 KBS이사 감사에 따라 방통위가 이사 해임 절차에 착수한 데 대한 반발의 의미다.

한국당이 방송파업 문제와 관련해 방통위를 찾은 것은 지난 8월 4기 방통위가 출범한 후 벌써 세 번째다. 이날 방문은 종전과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시끄럽지만 '규탄'으로 그쳤던 지난 번 항의와는 달리 방통위를 향한 엄중한 '경고'가 전달됐다.


# "얼마나 심각하면 현충원 참배 후 바로 왔겠나,
 
방통위원들 업무추진비도 살펴볼 것" 경고

오전 9시 30분경 '검은넥타이'를 메고 과천정부청사 2동에 들어선 김성태 원내대표는 당 지도부와 방통위 4층 상황실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에서 "(방통위가) 얼마나 심각하면 현충원 참배 후에 여길 왔겠나"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효성 방통위원장은 4층 엘리베이터 앞에서 대기하다 한국당 지도부를 맞이했다. 상황실 원형 회의테이블에 착석한 김성태 원내대표는 현재 방송사태와 관련해 할 말이 많은 듯 불편한 당의 입장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오늘 우리 원내지도부가 구성되고 아침에 동작동 현충원 국립묘지를 참배하고 왔는데 사실상 공식 첫 업무로 방통위를 찾은 것"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나도 노동운동을 30여 년 했지만 이런 인민재판식 언론탄압은 군사정권 때도 없었던 일"이라고 했다.

그는 현재 가장 민감한 이슈인 'KBS 이사 해임 문제'를 거론했다. 방통위는 최근 감사원이 업무추진비 부당 사용을 이유로 일부 KBS 이사에 대한 해임을 건의하자, 해당 이사에 대한 해임 결의안을 의결하기로 했다.

11명으로 구성된 KBS 이사회는 현재 여야 5대6 구도다. 여기에서 방통위가 야권(한국당) 추천 이사 1명을 해임할 시 구도는 6대5로 재편돼 여권(민주당)이 주도권을 쥐게 된다. 고대영 KBS 사장에 대한 해임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김 원내대표는 "비상임이사 업무추진비 320만 원 사용 내역을 가지고 감사원을 2번씩 동원하고 또 배임으로 징계를 하는데 이는 청부·기획감사"라며 "과연 방통위원들께서도 이러한 잣대로 해임 청문을 실시할 자격이 있는지 살펴볼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나아가 "제1야당 원대가 검은넥타이를 하고 방통위를 방문했다는 점은 그만큼 결연한 의지를 알리는 것"이라며 "이제까지의 야당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라고 엄중한 경고를 수 차례 날렸다.

4기 방통위 출범 후 한국당으로부터 세번째 공식 항의 방문을 받은 이효성 위원장과 방통위원들은 초반 비교적 덤덤한 자세를 보이다 '방통위원 업무추진비 감사'가 언급되자 적잖이 당황하는 기색을 내비쳤다.

박대출 과방위 간사 역시 "KBS 강규형 이사에 대한 청문을 단 5일만 연기해달라고 했는데 그것조차 응해주지 않고 연말이라는 시한을 정해놓고 있다"며 "본인의 정당한 소명 절차도 주지 않고 무리하게 방송탄압을 강행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박대출 간사는 "지금 방통위가 얼마나 불법적이고 월권적인 일을 많이 하고 있는지 잘 알 것"이라며 "건국 70년 이래로 그 어떤 정부도 이런 식으로 한 적이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효성 위원장은 "방통위 성격상 아무래도 여러 당에서 관심을 많이 주시는데 말씀을 잘 새겨듣고 (상임위원들과) 논의하겠다"고 답했다. 방통위원들은 이날 기자들이 배석한 공개회의장에서는 최대한 말을 아끼는 모습을 보였다.

# "허락맡고 질문해라"는 방통위 측, 황당한 기자들 "朴 정부 때도 이런 일은 없었어"

9시 50분경부터 비공개로 전환된 회의장 바깥에서는 문 틈새로 김성태 원내대표의 고성섞인 규탄이 간간히 들려왔다. 20여분간 진행된 회의 도중 일부 기자들은 회의장 문 가까이에 귀를 갖다대기도 했으나 방통위 측 관계자들로부터 제지당했다.

그간 방통위는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방송장악 문건에 따라 전두지휘를 받고 있다'는 여론의 거센 비판에 직면해왔다. 그러나 이미 MBC 경영진이 교체되고 KBS만 남은 상황에서 굳이 해당 논란이 재점화되는 것은 방통위에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날은 섰지만 말을 아낄 수 밖에 없는' 방통위 분위기는 취재 현장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취재를 시도하는 일부 기자와 방통위 관계자 측 사이에 실랑이가 오고 간 것이다. 회의장에서 나오는 이효성 위원장을 향해 기자들이 몰려들자 방통위 측 관계자들은 이를 막아 섰다. 예민하고 민감한 사안이라는 이유에서다.

"공보팀으로부터 허락을 받고 질문을 하라"는 일부 관계자의 답변도 들려왔다. 이에 기자들은 "답을 하고 안하고는 질문을 받는 위원장이 판단할 문제고, 이를 미리 허락받고 질문하라는 것은 월권아니냐"고 맞받아쳤다.

방통위 관계자의 발언에 일부 취재진은 "무슨 질문을 허락받고 하라고 하느냐"며 "박근혜정부 때 이런 일은 있을 수 없었다"고 혀를 내둘렀다.

 

 

# "논의한다"고 했지만...방통위 내 '4대1' 분위기 쇄신될까

이효성 위원장은 이날 극도로 말을 아꼈다. 한국당의 항의 방문 결과를 묻는 질문에는 "민감한 사안이라 즉답하기 어렵고 조금 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허욱 부위원장을 비롯한 표철수, 고삼석 상임위원 역시 "이 상황을 무겁게 받아들이며, 위원들 간의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이들 중 김석진 위원은 나머지 4명의 방통위원들과 다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추천 상임위원인 김 위원은 기타 공식석상에서 "방통위가 방송 사태에 지나치게 깊이 개입해서는 안된다"고 누차 밝혀왔다.

지난 10월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 야권 추천 이사들이 사퇴한 공석에 여권 추천 보궐이사가 선임됐을 당시에도 "방통위가 정권 거수기 노릇을 하고 있다"며 강력 규탄했다. 김 위원은 'KBS 물갈이'와 관련해 사실상 현재 방통위에서 유일하게 반대 의사를 던지고 있다.

이같은 상황을 인지하고 있는 한국당 지도부는 회의장을 나섬과 동시에 이효성 위원장과 상임위원들을 향해 "꼭 검토드린다" "잘 부탁한다"는 당부의 말을 지속적으로 전했다.

김석진 위원은 "한국당의 앞선 2번 방문에도 실제로 방통위 입장에는 변화가 없었다"는 〈뉴데일리〉 취재진의 질문에 "이번에는 상임위원들께서도 충분히 추가 논의에 대한 필요성에 공감하는 상황이니 계속 논의를 해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이날 한국당 지도부가 돌아간 뒤 진행된 방통위 전체회의에서 김석진 위원은 "제1야당 원내대표가 방송 현안 처리 부당함을 항의하러 온 만큼 국민대표의 의사를 무시할 수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표철수 위원과 허욱 부위원장 역시 "강규형 KBS 이사 청문과 관련해 일정 조정이 필요할 것 같다"며 김 위원의 발언에 공감했으며, 고삼석 위원은 "위원님들 의견이 모아지는 대로 따로 판단해볼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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